'오래된 일기_다음블러그' 카테고리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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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일기_다음블러그

1979-05-20 1979년 05월 20일 일요일 오늘 대구에서 혼자 학교 다니는 태임이 누나가 왔다 갔다. 집에 올 때 마다 늘 그렇듯이 엄마하고 돈 때문에 얼굴을 붉히는 거 같았다. 누나는 중학교까지 집 근처에서 다녔는데 제법 공부를 잘 했다. 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 진학 때가 되었을 때, 엄마는 누나가 마을의 다른 친구들처럼 대구의 기숙공장으로 가서 돈을 벌기를 원했다. 근데 누나는 엄마 몰래 대구에 있는 고등학교에 시험을 쳤는데 대구여상에 합격했다고 한다. 엄마가 고등학교도 보내주지 않으려는 판국에 인문계학교는 생각조차 않았을 테고, 그나마 여상도 야간으로 지원했다고 한다. 낮에는 일을 해서 돈을 벌고 밤에 학교를 다닌다 하면 엄마에게 조금이나마 변명거리가 생기기 때문이었다. 나는 태임이 누나가 대구의 학교에 합.. 더보기
1982-06-12 1982년 06월 12일 토요일 점심 먹고 앞산으로 소를 몰고 갔다. 집에 있어 바야 재미있는 일도 없고 해서 빨리 소를 몰고 나가서 산에서 놀 거리를 찾아볼 심산이었다. 우리 집은 동네 제일 앞에 붙어 있어서 대문을 나서면 곧바로 차가 다니는 큰길이다. 거기서 앞내끼 까지 100미터쯤 되는 직선의 길이 쭉 나있다. 그 중간쯤에는 물 문에서 흘러나와서 미나이까지 일직선으로 흐르는 좀 큰 도랑이 있는데 나는 여기서 고디도 잡고, 반도로 미꾸라지나 송어도 잡고 놀기도 한다. 오늘은 오다가 잠시 서서 도랑을 물속을 찬찬히 들여다 봤는데 고디가 많이 보였다. 내일 아~들 데리고 고디나 잡으러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사이에 소가 옆에 있는 논에 심어 놓은 아직 크지도 않은 퍼런 나락에 흘끔 눈길을 주기에 이까리.. 더보기
1981년 05월 09일 1981년 05월 09일 토요일 오늘은 토요일이라 일찍 와서 점심 묵고 집에서 빈둥거리다가 상모티쪽으로 올라갔는데 동무들은 다들 어데 갔는지 안 보이고 개들만 몇 마리 어슬렁거릴 뿐 골목은 한산했다. 그래서 다시 내려와서 마을회관이 있는 방천으로 갔다. 거기도 별반 재미있는 꺼리가 없어서 골목을 따라 천천히 올라갔다. 수임이 집 근처에 가니 길옆에 있는 샘 가에서 경고이가 뚜레박에 달린 줄을 힘껏 당겨 올렸다가 뚜레박의 물을 바닥에 있는 물통에 채우고 있는 중이었다. 근데 뚜레박을 다시 샘으로 내릴 때는 힘드니까 그냥 한 손으로 줄만 잡고 뚜레박은 샘 안으로 던져버렸다. 샘 가에는 물통이 두 개와 물지게가 놓여있었는데, 나무로 만든 물지게는 샘을 약 1미터정도의 높이로 둥글게 두르고 있는 콘크리트 벽에 .. 더보기
1981-06-20 1981년 06월 20일 토요일 오늘은 토요일이라 4교시 까지만 하고 집에 왔다. 그래서 우리는 이미 아침에 학교가면서부터 오후에 머하고 놀까를 궁리하였는데, 어차피 오후에 소미로 가야 되는데 미륵디산에 있는 금굴에 들어가보자고 하였다. 그래서 전부다 그러자고 하였고, 이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하였다. 테레비 같은 데서 보면 꼭 나무로 횃불을 서너 개 만들어서 여러 사람이 나누어 들고 시커먼 굴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는데 우리도 학교 갔다 오자 마자 횃불을 만들자고 약속을 하였다. 그리고 비상상황에 쓸 밧줄도 필요하고 또 괴물을 만났을 때 싸워야 하니까 몽둥이나 낫도 가지고 가자고 하였다. 횃불이 꺼질 거를 대비해서 집에 있는 후라시도 몇 개 가지고 가기로 했다. 집에 오기가 무섭게 우리.. 더보기
1980-08-10 1980년 08월 10일 일요일 여름방학을 맞아 어무이하고 대가에 있는 이가집에 갔다왔다. 우리는 목요일 아침에 집을 나섰다. 몇 일 전부터 엄마하고 어무이는 이할배한테 드릴라꼬 베지밀 한 박스와 큰 이아지매하고 작은 이아지매한테 줄라카는지 집에서 짜서 소주병에 담아 놓은 참기름 두 병과 저번 5일장에서 산 몸뻬 등을 잘 싸서 하얀 무명바뿌재에 넣고 잘 묶어서 준비해두었다. 엄마는 같이 안 가고 어무이하고 나하고 원임이만 간다. 엄마는 우리하고 한 번도 이가집에 같이 간 적이 없다. 해야 될 일이 많아서 집을 비워놓을 수 없다고 하는데, 가기 싫어서 핑계를 대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다. 다 같이 가고 나마 집에 있는 소를 돌볼 사람이 없는 건 사실이다. 어무이는 깨끗한 저고리와 치마를 입고.. 더보기
1980-05-04 1980년 05월 04일 일요일 일요일이다. 한가하고 조용하고, 포근하고 나른한 봄 볓이 따땃하게 내려쪼이는 일요일이다. 동네 아이들도 다들 어디 갔는지 골목은 한산하고, 거름짜리의 소는 햇살 속에 가만히 서서 눈을 껌뻑이면서 입을 잠시도 가만히 두지 않고 되새김질을 하고 있었다. 마당의 닭들만 병아리새끼들을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며 집안 곳곳을 들쑤시고 다니고 있었다. 나도 마루에서 할일 없이 뒹굴 뒹굴 거리고 있었는데, 나의 눈길이 일렬로 선 노란 병아리새끼들을 따라서 마구간에서 왼쪽으로 쌀두지와 도장을 지나고 샘 앞을 거쳐서 집 뒤딴으로 옮겨지자 뜨럭에 가려져서 병아리들을 놓쳤다. 병아리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나의 의식은 그대로 닭들을 따라서 집 뒤딴을 따라서 흐르고 있었다. 그러자 집 뒤, 골목을 따.. 더보기
1979-06-10 1979년 06월 10일 일요일 오늘은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본격적인 더위를 앞두고 내리는 비인지라 차거웁다기 보다는 오히려 포근한 온기마저 느껴지는 부슬비였다. 나는 이 포근한 비에 샤워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내리는 비의 양이 많지 않아서 이내 포기해버렸다. 그리고 점심 즈음에 구름만 잔뜩 낀 하늘만 남기고 비는 서서히 줄어들더니 그쳐버렸다. 나는 마루에서 처마에서 떨어진 빗방울이 뜨럭 밑에서 올라온 몇 장의 커다란 토란잎사구에 떨어지는 것을 무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물방울은 토란잎사구에 맺히지 못하고 또로록 구르다가 잎사구의 한 중간에 모였다가 물방울의 무게에 못 이겨 잎사구가 옆으로 누우면 다시 쪼로록 땅으로 쏟아지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보니 앞내끼 방천과 그 너머.. 더보기
1982-07-04 1982년 07월 04일 일요일 오늘은 일요일이다. 어제 밤에 주말의 명화를 보느라고 늦게 잠이 들어 오늘 아침에는 늦잠을 자고 싶었지만 도저히 더 잘 수가 없었다. 일요일 아침 8시에 방송되는 ‘은하철도999’를 보지 않는 다면 나는 이번 1주일, 학교를 오가는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친구들과의 시시콜콜한 이야기에 낄 수가 없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작고 못 생긴 철이의 총 솜씨가 점점 빨라지고, 그 검고 긴 머리의 메텔은 어찌나 이쁘고 날쎈지 그리고 뚱뚱한 차장의 얼굴은 왜 안 보이는지 등등. 날은 벌써 훤하게 밝았고 엄마와 어무이가 밖에서 바쁘게 움직이를 소리를 듣고 있다가 밖에 메달려 있는 불알달린 괘종시계가 8시를 알리는 종을 치자마자 나는 재빨리 이불 속을 나와서 테레비의 문을 양쪽으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