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일기_다음블러그' 카테고리의 글 목록 (5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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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일기_다음블러그

1979-04-12 1979년 04월 12일 목요일 어제가 할매제사날 이었다. 나야 물론 할매를 본적이 없다. 할매도 나를 본적이 없을 것이다. 큰 누나는 할매를 본 기억이 있다카던데, 잘은 모르겠다. 그래도 큰 상관은 없다. 엄마하고 어데 나가마 다른 사람들은 할매하고 나왔냐고 묻는다. 미영이 할매나 남숙이 할매나 우리 엄마하고 나이가 비슷하고 친구다. 나는 할매 같은 엄마하고 살고 있다. 저번 장날, 엄마가 장에 가서 쪼구, 통대구 말린거, 수리미, 합자, 돼지고기, 달갈, 밤, 대추, 꼬깜, 사과, 배 등을 사와서 작은 방에 넣어 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어무이는 어제 파, 무시, 정구지, 우봉 머 이런 거를 씻어 다가 채에 놓고 적을 꾸블라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제 학교 갔다오니까 벌써 적꿉는 냄새가 마당에 가득.. 더보기
1977-07-16 1977년 07월 16일 토요일 오늘 아부지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아침 묵고 마당 앞 큰 길옆에 있는 우리집 담벼락에 기대어 강진이희야 하고 몇 명이 노란 십원짜리 동전으로 짤짤이를 하고 있었다. 덕재희야하고 군재희야는 뭐가 좋은지 조금 더 떨어진 곳에서 낮은 소리로 낄낄대고 있었고, 나는 그 옆에서 성국이 하고 손에 구슬을 몇 개씩 쥐고 어떤 구슬의 색이 더 이쁜지 햇볕에 비춰보며 놀고 있었다. 구슬속에 있는 노란색, 빨간색, 보라색이 섞인 약간 길다란 모양은 테레비에서 보았던 우주의 모양과 닮은 것 같아 신기했다. 그런데 갑자기 담너머로 엄마의 큰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동네 큰 형들이 우리 집 마당으로 뛰어 들어 갔다. 나는 발뒤꿈치를 살짝 들어 담위쪽에 옆으로 누워있는 부로꾸 구멍으로 우리집 마당을 .. 더보기
1979-06-05 1979년 06월 05일 화요일 몇 일전 선남다리 밑에 영화관이 생겼다. 아침에 심이(성주) 하고 학교 가다가 다리 밑 모래밭에 긴 말뚝을 여러 개 박고 편평한 판자를 붙여서 다리 위를 오가는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도록 죽 붙여놓은 영화포스터를 보았다. 소년일지매, 취권, 용쟁호투 또 뭔가 있었는데 모르겠고, 그 중 에서도 제일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이소룡의 ‘정무문’. ‘한 자루 쌍절곤만 있으면 세상에서 싸움을 제일 잘 한다는 이소룡’ 저번 겨울 방학때 심이(성주)하고 뺑구(영구)하고 톱과 낫가지고 산에가서 좀 굵은 아카시아나무를 잘라서 두 토막을 내고 나무토막끝에 못을 박고 나이론줄을 묶어서 쌍절곤을 만들었다. 그걸로 겨울내내 앞내끼와 뒷동산에서 훈련했다. “오늘 우리 저거 보러가까?” 심이가 물었다.. 더보기
1980-07-23 1980년 07월 23일 수요일 어제 밤에 비가 많이 왔다. 아침에 학교갈라꼬 일어났는데 여전히 비가 오고 있었다. 빗방울이 어제 보다 굵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우산을 써야 될 만큼은 내리고 있었다. 아침 묵고 내가 먼저 검은 우산을 들고 대문을 나와버렸다. 원임이(누나)는 옆에 있던 대나무로 된 구멍 난 비닐우산을 써야 될 것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저번에도 자기만 맨날 이쁘지도 않은 대나무 비닐우산을 쓰냐고 엄마한테 졸라대다가 결국은 한대 맞고 비닐우산을 들고 울면서 학교간 적이 있었다. 대문을 나와서 길양쪽을 쭉 둘러보니 벌써 몇 개의 우산들이 보였는데 ‘취아대’방향에서 동수하고 뺑구, 심이가 같이 오고 있었다. 혼자는 심심하니까 조금 기다리다가 만나서 같이 갔다. 그리고 한참 지나 선남다리에 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