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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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일기_다음블러그

1979-04-12

1979 04 12 목요일

 

오늘은 학교에서 5교시까지 하는 날이었다.

 

점심은 집에서 싸간 시큼한 김치와 고추튀각반찬 도시락을 학교에서 까먹고,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철봉에 매달려서 멀리뛰기, 원숭이 번에 멀리잡기 그리고 나중에는 오징어를 하고 놀았는데 버더꿀 사는 정현이가 집에 가바야 된다케서 나도 같이 따라 나섰다. 오는 길에 선남소재지 분식집에서 정현이가 용돈으로 설탕이 듬뿍 발린 핫도그를 사먹자고 했는데, 나는 돈이 없어 먹는다고 했다. 그래서 지만 개를 사서 집에 오는 길에 먹으면서 나보고 먹으라고 하길래 안에 있는 쏘세지 까지 먹을 욕심에 크게 베어 물었다. 그랬더니 나보고 누가 그래 많이 묵으라고 했냐며 타박을 주었다. 짜증이 나기는 했지만 이미 입에 들어간 쏘세지가 반이나 섞이고 설탕이 듬뿍 발린 핫도그는 달고도 맛있었다. 정현이는 버더꿀로 가는 갈림길인 동암1 정자나무까지 오는 동안 줄곧 입을 삐쭉이며 나더러 다음에 내가 핫도그를 사면 자기도 주어야 된다고 했다. 내가 그러마고 하기는 했는데 나는 엄마한테 용돈을 받지 않는데 어떻게 사줄지 막막했다. , 추석이나 되어 곳에 사는 친척들이 집에 들리기라도 해야 내가 용돈이라도 조금 만져볼 있다는 거를 지는 알기나 하는지 모리겠다. 정현이 하고 헤어지고 터덜 터덜 걸어서 대문 앞까지 와서 바깥마당을 들어서는데 희야가 아랫방 쪽마루에 앉아 있었다. 손에는 빵을 들고 있었는데 이미 반은 먹어 치운 였다. 그러나 내가 마당에서 나도 모르게 가만히 서서 손에 빵을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까 희야는 손에 들고 있던 나머지의 빵을 내게 주었다. 나는 그것을 손에 받아 들고서야 가방을 가지고 뜨럭을 올라섰다. 그리고 가방을 마루에 내팽개치고 손에 빵을 입에 조금 넣었다. 빵은 카스테라였다. 희한하게도 입에 들어간 빵은 그대로 스르르 녹아버리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백설기하고는 비교할 없이 맛이 있었다. ‘세상에 이런 맛이 있을 있나?’ 하고 생각하는 사이에 조각은 내입에서 녹아서 사라져 버렸다. 너무나 아쉬웠다. 손에 남은 것은 빵을 담았던 투명한 비닐봉지와 빵의 바닥에 붙어 있던 빵종이였다. 가만히 보니 빵종이에는 카스테라빵의 부스러기가 가득 붙어 있는 것이었다. 나는 빵종이를 입에 넣었다. 그리고는 질근 질근 씹기 시작했다.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빵종이를 씹을 때마다 주륵 주륵 흘러나왔다. 참을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맛이 줄어들더니 마지막에는 종이만 입에서 뱅뱅돌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배에 힘을 주고 마당을 향해 최대한 멀리 뱉어버렸다. 그런데 그때 눈을 들어보니 희야가 아직도 아랫방 쪽마루에 그대로 앉아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빵을 먹고 빵종이를 씹고 마당에 뱉는 것까지 보고 있었다는 듯이 나를 향해 빙긋이 웃고 있었다.

,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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