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_아들_2019-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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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이민_아들_2019-01-02

, 보아라.

 

시간이란 오묘하구나.

내가 너를 아들이라 부르고, 니가 나를 아버지라 부르는 순간이 과연 인생에 것인지 나는 진정 상상하지 못했었다. 지금도 나는 너를 아들이라 부르는 것이 생소하게 느껴질 때가 있단다. 나를 아버지라 부르는 너의 마음도 나와 같은지 궁금하구나.

세상에 준비된 아버지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만, 아버지를 느껴보지 못했고, 번도 면전에서 불러보지 못한 나로서는 과연 어떤 것이 올바른 아버지의 역할인지 배우지 못했고 또한 그것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너에게 아버지로서 어떻게 대하여야 하는지 자못 고민을 많이 했지만 결국 답을 얻지 못하였다. 하여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그대로의 모습을 가식 없이 너에게 보여주는 밖에 없다고 생각하였다.

동안에는 아무런 기준 없이 마냥 아버지로서 우러러 보았으리라 생각한다만, 지금은 세상을 보는 너의 기준으로 나의 행동을 하나 하나 보고 있으리라 짐작한다.

 돌이켜보면, 세상을 보는 나의 눈은 이미 내가 국민학교에 다닐 때나 중학교에 다닐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지지 않았음을 느끼게 된다. 세상에 많은 아이들이 탈선을 하고, 거짓을 꾸미고, 나쁜 짓을 하더라도 아이들과는 관련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은 세상 모든 부모들의 당연하지만 터무니없는 욕심이다. 그것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부담이 되어 행동을 그르치는 요인이 있다는 것도 또한 알고 있다.

돌아가신 할머니도 때문에 속을 많이 썩이셨다. 그러나 그런 모습을 나에게 보이시지는 않더구나, 내가 세상에서 아무리 나쁜 짓을 저질러서 죽일 놈이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할머니는 적어도 편이 되어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너에 대한 나의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너의 엄마도 마찬가지 임을 안다. 다만 너에게 표현하는 법이 서투를 뿐임을 너도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니가 지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음을 누구보다 알고 있다. 인생에서 겪어보지 못한 가장 힘든 시간일 것이다. 내가 너의 곁에서 너의 고민을 같이 나누지 못해서 엄마가 특히 안타까워한다. 엄마는 내가 항상 멀리 있기 때문에 자신이 훌륭하게 엄마의 역할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역할까지도 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짐을 부인할 수가 없다.

내가 능력이 있는 아버지였다면 아침, 저녁으로 너의 곁에서 너의 고민을 들어주고 니가 커가는 모습을 눈으로 있었을 것이라는 후회가 때도 있단다.

 

,

학생의 신분으로 공부를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개개인의 능력의 차이가 존재함을 인정하지 않을 없다. 하지만 적어도 번은 최선을 다하여 볼만하고, 성취감을 만끽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생의 신분을 벗어나면 직장인으로서, 아들로서, 친구로서, 형으로서, 아버지로서 각각의 신분에 주어지는 각각의 역할이 있다. 그것은 공부를 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다. 너도 아버지가 되어 아들 앞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워하는 시간이 금방 곁에 다가와 있음을 보게 것이다.

그리고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그러한 삶을 살아야 하는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아라. 이미 답이 너에게 있다면 나에게도 알려 주고, 아니면 천천히 고민해보기 바란다.

 

이순신 장군께서 전란 중에 아들에게 쓰셨다는 그런 류의 장렬한 편지는 아니지만 이것은 내가 나의 아들에게 쓰는 최초의 편지로서 나에게 의미가 있다. 이것이 나의 아들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지 아니면 번째가 기다리고 있을지는 없다만, 나의 편지가 부디 너에게 어떤 긍정의 의미로 다가가기를 기대한다.

니가 적어도 나에게는 멋진 놈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민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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