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05-18
본문 바로가기

오래된 일기_다음블러그

1981-05-18

1981 05 18일 월요일

 

우리집에는 암소가 마리 있다.

 

이름은 딱히 없고, 다른 소들에 비해 덩치도 작고 볼품도 살집도 별로 없는데 성질은 고약한 나이 많은 소다. 뿔도 오른쪽은 앞을 향해 살짝 굽어 이쁘게 나왔는데 왼쪽은 빼또롬하게 나와서 성질머리를 닮은 같다. 나이로 치면 나보다 많을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놈은 우리집 보물 1호다. 엄마가 가장 아끼는 놈이다. 커다란 마구간은 자기 집이고, 여름이고 겨울이고 우리가 먹을 거리를 장만해서 줘야 하고 겨울에는 추부까바 소죽도 끓여주고 옷도 덮어주니 우리 집에서는 그야 말로 사람보다 호강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일도 한다. 쟁기로 논을 갈고, 써래질도 하고 짐실은 구루마도 끌기는 하는데 요새는 경운기가 나오고 어떤 집에는 트랙터가 있어서 소가 일하는 거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일을 아는 소가 줄어드는 것도 있고, 소를 부릴 아는 사람이 줄어 드는 것도 있는 하다.

우리 마을에서 소를 부리는 것은 단연 영재 희야집 아재가 최고다. 아재는 쪼매 한데 팔뚝과 어깨는 굵다. 저번에 우리 앞에 있는 논에 물을 대고 소를 몰고 와서 쟁기로 논을 가는 거를 밨는데 진짜 기술이 신기했다. 다른 사람들은 쟁기를 힘있게 손으로 잡고 동시에 소도 부릴라 치면 몸살이 난다고 하는데 아재는 손으로 쟁기를 잡고 이랴, , 어디 어디 마디 외침에 소가 알아서 빨리 갔다가, 섰다가, 오른 쪽으로 돌고 다시 왼쪽으로 돌기도 하는 것이다. 소하고 이야기를 하면서 일을 하는 같았다. 그래도 경운기는 번에 , 고랑을 번에 해치우니 경운기와 비할 바는 못되겠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우리 집에서 이놈이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은 바로 송아지 때문이다. 놈은 1년에 송아지를 낳는다. 6개월에서 10개월 정도 집에서 자란 송아지는 선남 우시장에 가서 팔거나 차를 가지고 소를 보러 다니는 아저씨에게 판다. 그러면 엄마는 돈을 손에 쥐게 되는 것이다. 그날은 우리도 돼지고기 맛을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하루도 소를 돌봄에 있어 게으르면 된다. 하루에 , 소죽을 만들어 줘야 되고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뜨뜻하게 해서 준다. 여름에는 학교 갔다 와서 꼴을 비러 가야 되고 소를 먹이러 나가기도 한다. 오전 수업만 하는 토요일이나 수업이 없는 일요일에는 반드시 소를 먹이러 나가야 되는데 그때는 주위의 형들이나 친구들과 같이 나간다. 다른 집들도 우리 집과 사정은 비슷한 지라 전부 소를 마리씩은 가지고 있으니 같이 가는 것이다. 보통은 , 여섯 마리부터 마리 까지 같이 가기도 한다. 우리는 가까운 곳에 때는 공산으로 가거나 앞내끼 방천에 가고, 멀리 때는 미륵디산으로 간다. 미륵디산은 마을 뒤로 나가서 뒷동산을 거쳐 우리 겨울에 논과 밭을 지나서 등성이를 계속 걷다 보면 도착하게 된다. 우리마을 뒷동산 보다는 훨씬 큰데, 나무가 없이 풀만 넓게 자라는 곳이 있어 소를 먹이기에 아주 좋은 장소다. 산은 근처에서 제일 산인 성산에서부터 갈라져 나온 줄기의 산으로 우리 마을과 신부동을 가르고 있다. 그래서 여기에 서면 왼쪽으로는 멀리 신부동과 앞에 흐르는 선남 냇가도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앞산과 우리 마을 앞을 흐르는 앞내끼도 훤히 보인다. 거기서 누가 물놀이를 하고 노는지도 있을 정도다. 오늘은 가까운 공산에 소를 몰고 갔다. 공산에는 나무가 듬성 듬성 있고 대부분 나즈막한 주인 없는 무덤들만 많이 있어 소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를 가는지 있다. 그런데 우리 소는 가지 단점이 있다. 주인 말을 듣는다는 것이다. 날이 어둑 어둑해져서 집에 가자카는데 한사코 간다고 뿔달린 머리를 나한테 휘저어서 다른 소들은 집에 가고 나만 늦게 집에 왔다. 엄마, 어무이, 희야말은 듣는 편인데 말은 무시하고 오히려 나한테 들기도 한다. 내가 지보다 나이가 작고 덩치도 작다고 무시하는 것이다.

이런 배은망덕한 놈이 있나?’

지금은 내가 어리고 덩치도 작지만 나중에 고등학교 가고, 대학교 가서 덩치가 커지면 그때 보자, 이놈아.’

 

'오래된 일기_다음블러그'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80-06-23  (0) 2019.04.08
1981-12-11  (0) 2019.03.28
1982-01-19  (0) 2019.01.14
1978-05-09  (0) 2019.01.06
1981-08-03  (0) 2018.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