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악당
최근 정부에서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발표한 여러 가지 정책과 함께 같이 들려오는 어색한 어구가 있다. 바로 ‘기후악당’이다. 나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단어인데 기후변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익히 잘 알려져 있는 말인 듯 하다. 지구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춰서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유지하고자 하는 전지구적 약속을 저버리는 국가들을 ‘기후악당’이라고 칭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이 이 ‘기후악당’의 모임에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그 말인즉, 1인당 Co2(이산화탄소)배출량이 전세계 7위(2017년)를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총량기준으로는 중국이 세계 1위이지만, 같은 해 기준 중국보다 순위가 높다는 것은 충격이다. 세계 경제력규모와 군사력규모에 있어 대한민국이 10위권에 진입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전 세계 1인당 CO2(이산화탄소) 배출규모가 이보다 훨씬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더 중요한 점은 지난 10년간 유럽과 미국 등의 국가들이 1인당 Co2(이산화탄소)배출량을 10% ~ 30% 줄이는 동안 대한민국은 22%나 증가했다는 것이다. 적어도 대한민국이 지구적 환경의 개선을 위하여 심각하게 고민하고, 이후 지구에서 살아갈 우리의 자손들과 수많은 지구상의 생명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존재는 아닐 것이라 굳게 믿어온 나로서는 정말 실망스러운 뉴스가 아닐 수 없다.
기후변화의 문제에 있어 가장 민감하고 시급한 문제는 지구평균기온의 급속한 상승이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지난 100년동안 1˚C 올랐다는 것인데, 이것은 인류와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든 생명들에게 굉장히 심각한 문제를 유발시킬 것이라는 연구가 많이 있다고 한다. 비유한다면 개인의 차가 있겠지만 인간의 평균체온이 36.5 ˚C 인데 37.5 ˚C 가 되었다는 것이다. 현재의 수준이라면 2060년에 평균상승온도가 2 ˚C 에 달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에 이르게 되면 인간의 노력여하에 상관없이 지구의 기후조절시스템이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되어 인간을 포함한 지구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의 지속여부가 불투명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40년이 남았다고 할 수 있지만, 기후에는 지연효과가 작용하기 때문에 현재의 배출량은 20~30년 후에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우리에게 10년 또는 최고 20년의 시간이 주어져 있을 뿐이다. 이 문제를 유발함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바로 Co2(이산화탄소)배출량이라고 한다. 유럽의 선진국가들은 몇 년 전부터 Co2(이산화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법을 제정하고 이미 목표를 정해서 감축을 시행하고 있고, 그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Co2(이산화탄소)배출량이 줄기는커녕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것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화석연료의 사용인데 휘발유와 경유엔진의 사용을 줄이고 전기차와 천연가스의 사용을 장려하는 것은 긍정적이나, 우리나라 석탄화력발전소의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것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한다. 이미 국내에 약 60여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 중임에도 현재 건설중인 석탄발전소가 10여기에 달한다고 하니 ‘지구악당’의 오명이 거짓이 아닌 듯하다. 여기에 더하여 전세계 석탄화력발전소의 건설에 한국의 금융보증이 큰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한 각 국가의 정책적 판단이 개입되어야 하므로 논의에서 제외하겠다. 또한 현재 코로나시국으로 인해 잠잠해졌지만 미세먼지가 한동안 굉장히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었다. 물론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의 많은 부분이 한반도로 몰려오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하지만 국내의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거나 파생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먼지의 양도 상당하다고 한다. 미세먼지의 원인을 중국에서 발생하여 우리나라로 몰려오는 눈에 잘 뜨이는 황사에만 돌려버린 것은 아닌지 주의 깊게 살펴 보아야 하겠다.
우리나라의 국격이 예전보다 많이 상승하였다. 국격의 상승에 비례하는 적절한 수준의 책임과 그에 따른 행동을 국제사회에 보여주어야 한다. 국제적인 책임과 연대에는 인권, 노동, 평화, 자유, 다양성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환경도 굉장히 중요한 항목이다.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에서 최대한 빨리 벗어나는 날을 기대한다. 그리고 이를 위하여 대한민국의 국격에 합당한 목표를 설정하고 정책을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