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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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잡설

청산별곡

청산별곡(靑山別曲)

 

청산별곡 고려시대의 가요라고 고등학교 고전문학 시간에 배운 기억이 있다. 세상의 온갖 쓰라린 일들을 겪고, 이제는 자연으로 돌아가서 누구의 간섭도 없이 조용하게 혼자 살기를 원하는 사람의 읊조림처럼 느껴졌다. 어린 시절의 나에게도 깊은 공감을 주었던 옛날노래로 기억한다. 그러다가 대학가요제에서 가시리라는 노래가 수상을 하게 되었고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그런데 노래제목은 가시리인데 노래가사는 청산별곡 빌어와서 부른 탓에 나는 가시리라는 노래를 듣고 싶을 때면 인터넷에 청산별곡 입력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져 혼자 쓴웃음을 삼키곤 하였다. 농담과 같은 이야기지만 그것은 잘못이 아니고 노래제목과 노래가사를 정확하게 구별하지 않은 작사자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노래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라고 하는 후렴구이다. 같은 후렴구가 우리말에서 의미를 가지는 단어로 존재하기는 어려운 일일 같고 아마도 음차어가 아닐까 한다. 지금도 산문에서 열심히 낭송하는 불경들 중에 이러한 말들이 많다. 예를 들면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등과 같은 구절은 고대 인도의 언어이나 이를 들리는 소리만 빌어와서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그것을 글자 그대로 해석을 한다고 하더라도 구절의 뜻을 밝힐 수는 없는 일이다. 어쨌든 얄리얄리 ~~~’라는 구절이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귀엽게 느껴지는 음절이었다. 당시에는 얄개라는 말이 유행을 하기도 했다. 10대후반 에서 20 초반의 연령대에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었는데 얄개시대 비롯한 많은 청춘 영화들이 당시에 만들어 져서 성공을 거두었다.

시간이 흘러, 내가 프랑스에서 생활하고 있을 ,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 나의 귀를 잡아 끄는 노래가 있었다. 가사는 프랑스어였지만 가락은 이슬람쪽인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래는 나를 이끄는 힘이 있었고 가수도 상당히 노래를 하는 사람인 듯하였다. 또한 노래 속의 후렴구도 상당히 흥미가 있었다. 후렴구는 얄릴 얄릴 하비비 얄릴이었는데 아마도 아랍어 였던듯하며 의미는 길이 없었다. 그런데 요즈음 년간 아랍어와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알제리에서 근무를 하면서 노래가 생각나서 다시 들어보았다. 인터넷상에서 쉽게 찾을 있었고 노래의 감동은 여전하였다. 그래서 내친김에 내가 궁금하였던 후렴구가 의미하는 바를 현지인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다. 중동이나 아랍어 문화권에서 조금이라도 근무를 해보신 분들은 얄라라는 아랍어 단어를 모르는 분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말의 빨리라는 뜻이다. 중동건설현장에 파견된 우리 건설인력들이 현지인들을 상대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이라고 한다. 나도 이곳에서 일에 굼뜬 사람들을 보면 가끔씩 얄라 얄라하고 마디 하면 쓴웃음을 슬쩍 흘리고는 방향을 틀어 저쪽으로 가버리기도 한다. 노래는 ‘Patrick Bruel’ 이라는 프랑스 가수가 1999 발표한 ‘Au café de Delices’라는 노래로 당시에 굉장한 인기를 누렸고 지금도 라디오에서 자주 흘러나오는 노래라고 한다. 어쨌든 그들의 설명에 의하면 얄릴 또는 오늘 의미하고 하비비 그대또는 내사랑정도로 번역이 가능하단다. 전체적인 의미는 오늘밤 오늘밤 그대여 오늘밤 되겠다. 사랑노래의 아주 격한 후렴구라고나 할까? 그러면 나는 여기서 청산별곡 후렴이 아랍어에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 삼국유사의 가락국기에 의하면 2천년전 수로왕의 부인이었던 허황옥이 인도의 아유타국에서 왔다고 기록되어있다. 부인이 고국에서 가지고 왔다고 전해지는 평평한 개로 만들어진 파사석탑 아직도 김해에 전해지고 있다. 이를 미루어 우리나라의 기록에는 전해지지 않지만 전부터 타국과의 수많은 교류가 이루어 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면 고려시대에는 우리가 이미 국사시간에 배웠던 벽란도 있었다. 그곳에는 중국, 일본, 유럽의 상인뿐만 아니라 이슬람 상인들과의 교역도 활발하였을 것이다. 와중에 그들의 문화나 언어가 자연스럽게 당시 우리 선조들의 문화에 녹아 들었을 것이라는 가정이 허황된 것은 아닐 것이다. 현재에도 우리의 대중가요 중에는 영어로 후렴구나 영어로 가사가 들어있음을 흔히 있다. 따라서 청산별곡 후렴구는 당시 고려사회에 널리 퍼져있던 이슬람문화의 흔적이 아닐까 하는 재미있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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