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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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Alger)일기

2015-03-08

2015 03 08 일요일

 

알제(Alger) 3월은 제법 더운 기운이 도드라지는 계절이다. 알제리(Algria) 국토가 워낙 나라 인지라 아틀라스산맥을 건너 남쪽의 사하라사막은 벌써 기온이 30도가 넘는다고 하지만 이곳은 지중해를 접하고 있는 도시라서 20 정도의 온도에 사막보다는 습도가 높지만 지내기에 쾌적한 편이다. 밖은 뜨거운 느껴져도 실내에 들어오면 금방 서늘한 느낌이 드는 것이 신기하다. 아마도 습도가 낮기 때문일 것인데 습도가 사람에게 이렇게 차이를 주는 것인지 한국에서는 미쳐 몰랐다. 학창시절에 배웠던 지중해성 기후라는 것을 이곳에서 실감하고 있다.

오늘도 사무실은 눈코 사이 없이 바빴다. 아침부터 무슨 일이 그렇게나 많은지 화장실 갔다가 모여서 점심으로 샌드위치 하나 먹고 다시 화장실 , 그러면 퇴근시간이다. 퇴근은 오후 5시인데 일이 있든 없든 무조건 5시면 퇴근을 해야 한다. 이곳이 현장사무실이고 테러위험지역이라는 것이 고려되어 발주처에서 시간이 되면 의무적으로 퇴근을 시켜버리고 정문을 잠가버린다. 그리고 현장에는 총을 경비원들이 밤새 보초를 서는 것이다. 총이라고 해봐야 산탄총처럼 보이던데 땅에 질질 끌고 다니는 폼으로 봐서는 어디 1920년대 민병대수준 정도로 보인다. 어찌 되었건 우리에게는 좋은 시스템인 같다.

숙소에 도착하니 여느 때처럼 5 30분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요리사가 와서 물이 없고 전기가 나가버려서 저녁 준비를 못했다고 한다. 정전인가 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창문을 통해서 밖을 보았는데 옆집에는 전기불빛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운전원에게 나가서 물어보라고 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운전원이 답하기를 정전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숙소만 정전상태에 있는 것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하는 생각에 빠져있는데 운전원이 밖에 설치되어있는 전기 계량기를 살펴보더니 현지 전력회사의 계량기 검침원이 숙소로 연결되는 전기접속단자를 끊어 놓은 같다고 한다. 무슨 황당한 상황인지 금방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현지 운전원에 의하면 전기요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전력회사에서 접속단자를 끊기도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전기요금 납부청구서를 본적도 없다. 그건 그렇고 지금 즉시 연락해서 전기를 연결하여 주라고 전화하라고 했더니 근무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전기가 들어 오지 않으면 수도물의 공급도 끊긴다. 물의 압력을 조절하기 위해 설치한 모터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운전원과 처음 당해보는 황당한 상황의 해결을 위해서 1층에서 이것저것 궁리중인 와중에 KEC C부장이 어슬렁거리며 나오더니 나보고 집사로 왔으니 빨리 상황을 해결해보라는 것이다. 그러고는 사라졌다. 집사? 집안의 이런저런 문제를 돌보는 사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즉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찌되었든 전기와 없이 오늘 밤을 보낼 수는 없기에 비용은 지불하겠으니 되면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전기기술자를 부르라고 했다. 원래는 개인이 접속단자에 손을 대면 되는 것인데 그래도 상황이 급박하니 연락해보겠다고 했다. 30분쯤 지나서 허름한 작업복과 공구함을 사람이 숙소밖으로 도착하는 픽업트럭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가슴높이의 벽에 설치된 단자함을 열더니 5분정도 드라이버와 다른 공구를 들고 꿈지럭거린 후에 숙소의 불빛이 다시 새어 나오는 것을 확인할 있었다. 요청하는 금액을 현금으로 지불하니 다시 차에 올라 가버렸다. 물론 영수증은 없었다. 숙소에는 다시 일상의 생활이 돌아왔지만 마음은 횡하다. 아까 C부장이 말한 집사’, 아마 나를 두고 하는 말이 분명하겠지? 나를 대하는 그들의 공통적인 시선이 아닐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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