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지중해(地中海)
아프리카의 맨 남쪽 끝에 위치하는 나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며 지도상에 삼각형의 중심각처럼 뾰족하게 튀어나온 ‘희망봉(喜望峯)’이라고 이름 지어진 곳을 중심으로 인도양과 대서양이 구분된다는 것은 고등학교 지리시간에 배웠음직하다. 그러면 아프리카의 최북단은 어디인가? 하는 물음에는 조금 머리를 갸우뚱해야만 할 것이다. 아프리카는 우리와는 너무나 멀리 떨어진 곳이고 지금까지는 교류도 적은 곳이기에 마땅히 우리가 중요하게 기억해야 할 사항이 별로 없는 듯하다. 그러나 그곳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대륙이며 인류의 조상이 그곳으로부터 태어나서 지구 곳곳으로 흩어졌다는 과학적 연구의 결과 외에도 내가 현재 이곳에서 몇 년째 밥벌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곳을 잘 알아야 하는 이유다.
나는 최근 몇 년째 아프리카의 최북단에 위치하는 너 댓 개의 나라 중 하나인 알제리에서 근무 중이다. 삼각형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듯한 아프리카 대륙의 북쪽면은 우리에게 낭만적인 이미지로 남아있는 지중해를 형성하고 있는 아래쪽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의 이미지는 아마도 북쪽의 절반에서부터 출발하였을 개연성이 거의 확실하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나도 그랬다. 이 지역도 고대에는 로마제국과 패권을 다투었던 카르타고가 현재의 튀니지 지역에 존재했었고 이후, 로마제국의 일부가 되어 상당한 영화를 누렸음을 증명하는 로마시대의 도시유적이 곳곳에 산재해있다. 그러나 현재는 우리에게 지중해의 잊어버린 반쪽이 된 것이다. 왜 그럴까? 그 이유를 이번 지중해 남쪽, 바닷가에 인접한 소문난 관광지인 베자이야(Bejaia)라는 곳으로 떠난 짧은 여행을 통하여 깨닫게 되었다.
베자이야(Bejaia)는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나는 지금까지 그렇게 아름다운 쪽빛 바다를 본일이 없다. 그리고 그 바다를 면하여 길게 대치하듯이 늘어져있는 1,000미터에서 2천미터 높이의 어마어마한 산들의 행렬은 나의 시선을 송두리째 빼앗아 버렸다. 참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장엄한 자연경관이었다. 그러나 나의 놀라움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환경을 대하는 그들의 자세에는 더욱 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쪽빛 바다를 보기 위한 둘레길에 이르기 위해 올라야만 하는 3 ~ 4백 미터 높이의 산으로 가는 숲길은 온통 플라스틱 물병과 쓰레기로 가득 차있었고, 정상에서 살아가는 야생 원숭이는 방문객들이 던져주는 플라스틱 물병을 받아 들고 물을 마시고 비닐 포장지째로 과자를 먹는 지경이었다. 쪽빛 바다와는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상황에 나는 잠시 어리둥절하였다. 그리고 장소를 옮겨 승용차로 해안도로를 달리면서 본 광경에 나는 자연을 향한 인간의 모욕을 뼈저리게 느꼈다. 길옆에 길게 쌓아 놓은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 더미는 마을 앞, 도로중간, 산꼭대기 등 장소를 분간하지 않았고 그것을 처리하기 위한 방법으로 쓰레기를 태우는 연기는 사방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더욱 심한 것은 쓰레기 더미에서 시작한 불꽃으로 인한 산불이 발생하여 그 거대한 산들을 여지없이 태워버리는 것이다. 시커먼 산불의 흔적은 1킬로미터를 가다 보면 최소 한 두 번씩은 나타나고 있었고 심한 경우 산불이 계속 타고 있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산불을 끄는 사람은 없었으며 산불은 저절로 꺼질 때까지 방치되고 있었다. 민둥산을 지나서 가끔씩 나타나는 울창한 자연림으로 가득 찬 숲을 보며 그마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저렇듯 쓰레기를 태우는 산불에 그을려 없어지고 민둥산이 될 것 같아 가슴이 저려옴을 지울 수가 없었다.
지중해의 북쪽과 남쪽, 그 차이는 단 하나, 바로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