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자
대(大)기자
어느 때부터 인가 확실치 않은데, 방송이나 신문의 한 꼭지 뉴스가 끝나는 지점에 ‘대기자’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음을 보았다. 순간 나의 심기가 심하게 뒤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분야에 문외한 이던 내가 알고 있던 단어는 기껏해야 ㅇㅇ신문사의 ‘주필’, ‘기자’ 그리고 ㅇㅇ방송사의 ‘특파원’ 또는 ‘앵커’정도가 다 이던 나에게 새로운 단어가 하나 추가된 것 뿐 이었는데 말이다.
그들은 ‘왜 이 단어 ‘대기자’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을까?’ 그 단어가 그 전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왜 굳이 이 단어를 새로 만들어서 사용할 필요를 느꼈을까?’ 라는 부분에 나의 생각이 미쳤을 때는 더욱 큰 모멸감을 느꼈다.
그들도 교수님들의 세계에서 사용하는 ‘일반강사’, ‘전임강사’, ‘교수’, ‘석좌교수’ 등등과 같은 분류나 아니면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선생님’, ‘주임 선생님’, ‘교감선생님’, ‘교장선생님’ 과 같은 내부의 계층분류를 하고 싶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당연히 조직 내에서 그러한 분류는 있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이 되나, 지금까지 대외적으로 ‘기자’ 한 단어로 만족하였던 사람들이 ‘왜 이제는 ‘기자’에 만족하지 못하게 되었는가?’ 하는 문제가 나의 신경을 아주 거슬리게 한다.
‘기자’ 라는 직종은 일반 직업군과는 좀 다른 구석이 있다. 그들이 마주하는 대상이 일반대중, 즉 국민이라는 것이다. 국민을 상대로 국내외에서 발생하는 사실의 전달과 그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국민들에게 피력하는 것이 ‘언론사’ 또는 ‘기자’이다. 그러한 역할에는 당연히 그들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과 그들의 의견에 대한 ‘권위’가 바탕이 되어 있어야 한다. ‘믿음’과 ‘권위’가 없고 서야 어디 ‘언론인’ 또는 ‘기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대기자’라는 말은 그러한 ‘권위’를 인위적으로, 강압적으로 국민에게 강요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듯하다.
‘일반기자’가 쓴 기사는 ‘대기자’가 쓴 기사에 비해 권위가 덜하다는 말인가?
일반대중에 대한 ‘언론’의 권위가 날이 갈수록 떨어짐에 따른 위기의식이 이런 일을 초래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대기자’라는 단어를 새로 만들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권위’를 되찾을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