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04-12
1981년 04월 12일 일요일
오늘은 일요일이다.
엄마가 하는 말을 빌리면 어제(토요일)는 방고일이고 오늘(일요일)은 온고일이다.
다시 말하면 오늘은 고일이다. 나는 이 말들이 우리의 옛날 말인지, 일본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듣기에 참 재미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동네의 고일 아침에는 다 같이 나와서 동네청소를 한다. 매주 고일 아침에 하지는 않지만 한 달에 한 두 번 하는 것 같다. 적어도 집에서 한 사람은 나와야 되고 필요하면 둘이 나올 수도 있다. 다만 아이들은 반드시 나와서 어른들이 하는 일을 거들거나 동네 신작로를 마당삐로 쓸고 쓰레기를 줍는 일을 한다. 아침 여덟 시가 되자 마을 앞 회관에 설치된 커다란 스피커에서 마을 대청소를 알리는 동장의 목소리와 함께 새마을노래가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새벽종이 울리네, 새마을이 밝았네, 우리 모두 일어나 새마을을 만드세.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 길도 넓히고~ ~~”
노래를 얼마나 크게 틀어 놓았는지 옆에 있는 사람과의 이야기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우리 집에서는 나하고 원임이가 나갔다. 나는 수굼푸를 들고 나갔고 원임이는 마당삐를 들었다. 대문밖에는 벌써 동네 아이들과 몇 몇 어른들이 나와 있었고 젊은 형들은 경운기를 가지고 나오기도 했다. 우리는 보통 각자 집 앞을 쓸고 쓰레기를 줍고 아무렇게나 자란 풀을 낮으로 자르고 손으로 뽑기도 한다. 그리고 도랑의 물을 잘 흐르지 못하게 막는 비닐쓰레기나 그 외의 덩치 큰 쓰레기들을 건져 올려서 길가에 모아두는 것이다. 그러면 경운기가 그 뒤를 따라서 오다가 모아둔 쓰레기더미들을 싣고 동네 쓰레기장으로 가서 불살라 태워버리거나 앞내끼로 가서 보이지 않는 곳에 버리고 온다.
나는 주로 수굼푸로 소들이 동네 앞길을 지나면서 길우에 싸놓은 소똥을 치워서 한 쪽으로 모았다. 아직도 동네에는 많은 소들이 있었고 소들은 길을 걸으면서 똥을 싸는데 얼마나 많이 싸는지 1주일만 지나면 동네에서 소똥을 밟지 않고 길을 걷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그래도 소똥이 말라 버리면 밟아도 상관은 없지만 밤에 길을 걷다가 마르지 않은 소똥을 밟기라도 하면 참 난감하다. 그리고 원임이는 마당삐로 우리 집 담벼락과 나란한 동네 앞길을 쓸고 나중에는 호미를 가지고 와서 담 밑에 나있는 잡초를 뽑았다. 어쨌든 1시간 정도를 이렇게 하고 나니 거의 마무리가 되었고 사람들도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한 시간의 수로고움으로 동네가 훨씬 깨끗해졌다.
‘새마을운동은 동네를 깨끗하게 하는 운동인가보다.’
‘그런데 동네는 점점 깨끗해지는데 앞내끼에는 점점 쓰레기가 쌓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