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이인_딸_2019-01-27

Monsieur LEE 2019. 2. 1.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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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프랑스에서 살고 있을 ,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 눈이 많이 오던 겨울날, 엄마가 버스를 타고 병원에 갔다가 너를 낳았지. 생각지도 못했던 갑작스런 너와의 만남이 그렇게 우연하게도 어영부영 시작되었다.

오빠야가 세상에 나왔을 때는 내가 업무적으로 몹시 바빠서 오빠야가 연휴에 세상에 나온 것을 고마워했을 정도이니, 엄마가 퇴원하고 집에 이후에도 오빠야 곁에 있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니가 병원에 있을 때나 집에 있을 때에는 내가 시간이 많이 있던 시기라 적어도 1년간은 내가 너를 키운 것이나 다름없었지. 엄마가 나의 말에 동의를 할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니가 조금씩 커가는 것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것은 나에게 즐거움이었단다. 너는 참으로 이쁘고 귀여운 아이였지. 너를 데리고 나들이를 때면 옆을 지나치는 모든 사람들이 너를 보고 귀엽다고 마디씩 거들었을 뿐만 아니라, 니가 말을 시작할 때는 오히려 니가 먼저 버스 옆자리에 앉은 아저씨의 허벅지를 슬쩍 만지고는 반응이 어떤가를 살피고 , 미소를 날리는 아주 시크한 꼬맹이였다.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니? ^^

 

그러던 니가 이제 벌써 훌쩍 커서 아빠 보다는 남친이 어울리는 나이가 되었구나! 엄마는 니가 화장품이나 옷을 때는 모아둔 용돈을 듬뿍 듬뿍 아끼지 않고 쓰면서 가족회식 때는 쓰는 깍쟁이라고 나에게 고자질을 한다마는 그것마저 나에게는 이쁜 짓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고백할 밖에 없다. 과연 세상의 모든 아빠들이 나와 같은 심정인지? 그렇다면 세상의 모든 딸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해야만 하는지 니가 상상이나 있을까?

수렁에서 건진 이라는 책이 유행한 적이 있었단다. 물론 나도 책을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책의 제목이 워낙 직설적이고 의미하는 바가 커서 내가 잊어버리지 않고 있는 듯하다. 너도 제목만 들어도 대충 어떤 이야기인지 짐작이 가리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책은 딸아이의 아버지가 것으로 짐작이 되는데, 사람의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이제는 내가 염두에 두어야 하는 이야기가 되는 시점이 같구나.

 

세상은 무섭고도 험하다. 그렇다고 마냥 어린아이처럼 엄마와 함께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일정한 시간이 되면 자신의 삶은 자신이 책임을 있어야만 온전한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고 있겠지. 그러나 그러한 시간이 너무 빨리 딸에게 가까이 오는 듯하여 나는 두렵다. 하지만 너를 보노라면 너의 방식대로 니가 원하는 삶을 훌륭하게 살아갈 같다는 생각이 든단다. 엄마의 딸로서, 오빠의 동생으로서, 할머니의 손녀로서, 친구의 친구로서, 선생님의 학생으로서, 내가 보는 너의 행동이나 판단은 벌써 아주 성숙할 뿐만 아니라 정직하다는 생각이다.

 

역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빨리 내가 아이의 아버지가 줄은 짐작도 못했다. ‘인생은 준비되지 않은 맞이 했다가 준비되지 않은 채로 떠나 보내는 인가 보다. 내가 너같이 이쁜 딸아이를 가진 아빠로서의 교육을 미리 받아 두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마는 그것이 어디 나같이 평범한 아빠들이 쉽게 있는 일이더냐? 너희와 함께 하루 하루의 끼니를 굶지 않고 보낼 있음에 행복을 느끼는 나를 너는 이해할 있겠니?

이제는 시절이 변해서 니가 아빠에게 바라는 것이 내가 우리 아버지에게 바라던 것과는 많이 차이가 있을 줄로 안다. 많은 부분이 돈과 관련되어 있을 텐데, 불행하게도 아빠는 돈을 많이 벌어주는 사람이 못될 뿐만 아니라 또한 집에서 같이 생활을 하는 사람도 못되니 너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다만, 나는 니가 어린 시절, 너와 같이 온전하게 년의 시간을 보냈음을 항상 위안으로 삼고 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가 너의 엄마와 오빠 사이에서 나름 스트레스가 많을 텐데 슬기롭게 극복하는 듯하여 나는 너에게 항상 고맙다.

 

엄마, 아빠는 너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그랬듯이 언젠가는 조용히 물러가겠지. 우리가 물러간 , 니가 너의 아이들에게, 나의 손자, 손녀들에게, 미소 얼굴로 즐겁게 이야기 있는 그런 사람으로 너에게 남아 있기를 바라고 싶구나. 너무나 과분한 나의 욕심인가?

 

내가 나의 , 이인에게 보내는 나의 편지는 형편없이 쓰여졌을지언정, 첫사랑에게 처음으로 고백을 전하는 연애편지인양 나에게는 아주 소중하다. 이런 나의 마음이 너에게 진심으로 전달되었는지 궁금하구나?

너의 회신을 가슴 졸이며 기다려도 되겠지?

 

 

이인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