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ieur LEE 2019. 1. 6. 21:26

1978 05 09일 화요일

 

지난 동안 열나고 토하고 몸이 아팠다.

 

읍내에 있는 병원은 워낙 멀어서 아직 가보지 않았고, 아랫동네 아저씨한테서 약은 얻어 와서 먹었는데 낫지 않았다. 엄마는 걱정이 태산인듯했다. 희야가 먼저 나왔고 중간에 어무이가 낳느라고 10년도 있다가 아들인 내가 나왔는데 살도 되어서 이렇게 열이 나고 아파서 방에 이불 덥고 누워 있으니, 엄마는 걱정을 했다. 동네 여기저기 사방팔방 아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묻고 다녔다. 아마도 엄마는 나이도 되서 열병으로 먼저 보낸 어린 아들을 기억속에서 떠올렸나보다. 그리고 마침내 어제 아침에 엄마는 굿을 하겠다고 했다. 내가 아픈 이유가 어떤 사악한 귀신이 집에 들어 왔기 때문인데 귀신을 달래거나 위협해서 쫓아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굿을 있는 무당은 이미 봐두었고 낮에 이것 저것 준비하러 사람들이 집에 것이라고도 하면서 굿은 저녁에 한다고 했다. 나는 솔직히 겁이 조금 났다. 내가 아프지 않게 되는 것은 좋지만, 때문에 그렇게 일을 하게 되는 것은 어색하고 성가신 일이 같았다. 왜냐하면 자주는 아니지만 굿은 동네에서 종종 벌어지는 일이었다. 그리고 내가 어리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본적은 없지만 엄마하고 동네 아지매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 보면 대충 어떻게 진행되는지 것도 같았다. 굿은 어두워 후에 시작해서 밤늦게 까지 하게 되며, 돈도 많이 든다는 것도 들어서 알고 있다.

나는 여전히 방에서 이불을 덥어 쓰고 방문을 닫고 누워 있었는데 점심 즈음이 되자 밖이 소란스러웠다. 아마도 굿을 준비하려는 사람들이 집에 와서 마당에 무엇인가를 준비하는 소리인 같았다. 엄마는 사람들이 시키는 것을 도와주고 있는 같았고, 나는 방문을 열어 달라고 해서 사람들이 하는 일을 보고 싶었는데 차마 엄마를 부르지 못했다. 대신 밖에서 나는 소리에 집중해서 귀를 기울이는 밖에 없었다.

날이 어두워지고 저녁이 되었다. 밖에는 벌써 사람들의 소리가 두런두런 들리고 굿을 하는 사람들도 준비를 마친 같았다. 나는 여전히 방에 있었는데 이제는 내가 아픈 조차 느낄 없었다. 드디어 밖에서 무당의 마디와 함께 메구, 꽹과리, 같은 것들이 함께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언제쯤 나를 데리러 지를 생각하느라 시끄러운 소리에도 불구하고 멀리서 들리는 소리 마디, 마당을 지나는 하나의 발자국소리에도 신경을 곤두세웠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엄마가 방문을 드르륵 열었다. 엄마는 나에게 머리만 내놓고 가벼운 이불을 몸에 두르게 하고는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천천히 마루를 지나고 뜨럭으로 내려선 다음 신발도 신지 않고 다시 개의 댓돌을 내려와서 마당에 퍼런색 갑바를 깔고 위에 짚으로 만들어진 넓은 멍석을 깔아 놓은 곳으로 갔다. 무당은 위에 염주 같은 목줄이 길게 늘어진 모자와 여러 가지 색깔이 들어간 발목까지 오는 치마 같은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손에는 번쩍번쩍한 짧은 쌍을 들고 있었으며, 신발은 신지 않은 하얀색 버선을 신고 멍석 가운데에 있었다. 마루로 향하는 멍석의 북쪽에는 상이 그럴듯하게 차려져 있었고 샘이 있는 오른쪽으로는 메구치는 사람과 꽹과리와 북을 치는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감나무가 있는 왼쪽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남쪽으로 어무이하고 엄마가 손을 모으고 서있었고 뒤로 동네사람들 특히, 동네아지매들이 잔뜩 몰려와 있었다. 나는 엄마하고 천천히 무당이 서있던 멍석의 가운데에 가서 자리에 앉았다. 그런 다음 엄마는 나를 두고 멍석의 바깥으로 나갔다. 옆에서는 메구와 꽹가리와 북이 울리고 있었는데도 시끄럽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뒤로는 엄마와 어무이가 선채로 손을 모으고 머리를 조아리며 계속 무언가를 빌고 있었고 뒤로 많은 사람들의 눈이 나에게로 쏠려있음을 느낄 있었다. 이제 나는 세상의 중심에 있었고,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 되었다. 나는 내가 여기 곳으로 오기 훨씬 전부터 이상 아프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약을 먹어서도 아니고 주사를 맞아서도 아니었다. 그런지는 나도 모르겠다.

굿은 시작도 했는데 벌써 귀신이 겁먹고 도망을 갔나?’

얇은 이불을 두르고 나는 멍석의 중간에 계속 앉아만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무당은 머라머라고 중얼거리며 주위를 빙빙 돌면서 걷기도 했고 뛰기도 했다. 엄마는 뒤에 있다가 잠시 앞으로 와서는 돼지머리 앞에서 빌고는 여러 장의 종이돈을 상위에 두고 나가고 사람이 그렇게 같았다. 그러고 마지막으로 무당이 번쩍이는 쌍의 칼을 들고 눈앞으로 왔다. 그리고는 칼을 높이 쳐들었다가 머리위로 내리치는 같아서 나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그런데 칼은 머리 위에서 잠시 동안 그대로 멈춰있었다. 다음 무당은 위에 사발에 같은 것을 조금씩 부어 머리를 적시는 같더니 이어서 칼과 함께 물이 사발을 멍석 밖으로 던져 버렸다. 아마도 그것이 마지막이었던 같다. 그러는 동안에 엄마와 어무이는 뒤에 서서 계속 머리를 조아리며 빌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만일 굿이 끝나고 엄마가 내게 괜찮냐고 물어보면 머라고 대답해야 하나?’

굿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아프지 않았다고 하면 엄마가 실망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