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밤 하 늘
2020년 10월 17일
요즈음 본이 아니게 밤하늘을 관찰하는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하늘길이 막혀 평소 4개월에 한번씩 가던 휴가를 8개월간이나 미루었는데 지난 9월초에 출국했다가 금번 10월초에 알제리로 입국하였다. 이어서 숙소에서 1주간의 자가격리가 시작되었다. 숙소는 지하에 주차장이 있는 4층짜리 건물인데 나는 기존에 2층에 거주했었는데 이번 4층에 거주하는 인원이 미복귀하는 틈을 타서 4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2층은 전체가 실내공간인데 비하여 4층은 절반은 실내공간이고 절반은 테라스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외부공간과 실내공간이 직접 연결되어있어 햇빛을 자주 쬘 수 있는 테라스를 선호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하다 보니 처음에는 2층을 동료와 나누어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금번의 기회를 잘 살려 4층으로 이동하는 데 성공하였다. 물론 실내공간이 줄었다는 단점이 있지만 천장이 없는 탁 트인 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훨씬 크다. 그리고 연이어 1주일간의 자가격리. 한국과의 시차 8시간을 극복하는데 더 없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터이다. 그리고 어김없이 새벽 2시즈음 잠이 깨어 테라스로 나가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알제(Alger)는 알제리(Algeria)의 수도이고 내가 사는 숙소도 나름 고급주택가에 위치하여 있지만 가로등이 많지 않아 밤이 되면 서울에 비해 밤하늘이 비교적 깜깜하고 맑은 편이다. 새벽테라스에 서면 멀리에서 별빛처럼 촘촘히 박혀있는 불빛들과 인근의 학교에서 비추는 몇 줄기의 강력한 수은 빛을 띠는 가로등을 제외하면 불빛이 거의 없다. 그런 이유로 밤하늘을 관찰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때마침 날씨도 적당하여 얇은 긴 소매 잠바 하나면 충분하다. 그리고 나는 별자리를 관찰하는데 적당한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을 하나 다운받아서 전화기에 저장하였다. 이는 GPS를 기반으로 작동하는데, 내가 비추는 하늘에 곧바로 반응하여 그곳에서 반짝이는 별자리와 별의 이름을 내게 말해준다. 신기할 따름이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배운 여러 가지 별자리의 이름과 모양을 내가 마당에서 보는 밤하늘에서 증명하기 위해서 무진장 노력하였지만 오리온, 작은 곰(북두칠성), 카시오페아 정도가 내가 발견한 전부였다. 그런데 요 몇 일, 나는 화성, 목성, 수성, 토성, 베가, 시리우스, 마차부 등을 나의 목록에 추가하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화성은 맨눈으로 보기가 어려운데 최근 한 달간 15년만에 화성이 지구에 가장 가깝게 다가오는 시기라 맨눈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이 무슨 우연의 일치인가?
또한 내가 경상도 촌구석출신이라 어린 시절 달빛아래에서 동무들과 많은 시간을 같이 뛰어 놀기도 하였으나, 정작 달이 뜨고 지는 모양을 지속적으로 관찰해본 적은 없었다. 그러다가 이번 기회에 달이 뜨고 지는 모습을 2주정도 계속 관찰하고 있는데 그 변화가 참으로 기이하다. 날마다 뜨고 지는 위치가 다르고 모양이 조금씩 바뀌더니 그믐에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 달이 어떤 이유로 그 모양을 바꾸고 그 위치를 달리하는지는 이미 훌륭한 학교교육의 힘으로 머리 속으로는 잘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내 인생 50년이 다 되어서야 처음으로 그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어 부끄럽다.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되새겨 보아야 하겠다.
해가 기울고, 달이 차오르고, 별이 반짝이고, 달빛이 이지러지고, 별빛이 사그러지고, 다시 해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