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13
2015년 03월 13일 금요일
주말이다. 알제리에 입국한지 벌써 2주가 지났다. 이제 시차는 적응해서 평소 나의 생활리듬을 되찾았다. 아침 6시 즈음에 잠을 깨서 저녁 9시즈음에 잠자리에 든다. 잠이 많은 편이긴 하지만 날이 밝고 햇빛이 방으로 들이치면 더 이상 침대에 누워있을 수 없다. 햇빛이 잠을 방해하면 도저히 누워있지 못한다. 오늘도 6시에 깨었지만 7시까지 침대에 있다가 밖으로 나와서 계란프라이 하나 해서 먹고 옥상에 올라가 주위를 둘러보며 아침햇살을 만끽하였다. 그야말로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깨끗한 푸른 하늘이다.
요리사에 대한 불만이 많아서 주방보조를 하나 새로 뽑아서 설거지라도 깨끗하게 시키자는 의견이 있었다. 저녁에 요리사가 설거지를 하지만 늙은 중년의 남자가 해놓은 설거지가 위생에 신경을 많이 쓰는 한국인들의 기준을 맞출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 무리였다. 그래서 단지 설거지만을 위해서 또 한 사람의 인력을 뽑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요리사가 문제라면 요리사를 바꾸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많이 근무하고 있는 알제리의 큰 사업장에 한국음식을 제공하는 한국업체를 만나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어떤가 하는 의견도 있었다. 나도 이전 현장에서 근무할 때 이 업체와 같이 일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1명의 한국인 요리사와 2명의 보조요리사를 현장에 보내고 한국에서 각종 음식재료를 수입하여 공급하는 업체라 20명 미만이 근무하는 우리 현장에서는 이들과 거래하기가 어렵다. 혹시 거래를 한다고 하면 인당 식대가 우리현장에서 예상한 것보다 적어도 5배는 더 비싸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현재 유용할 수 자금이 부족하여 쩔쩔매는 상황에 이것은 불가능한 선택지이다. 그래서 현재의 요리사는 내보내고 새로운 여자요리사를 구한다음 그녀에게 한국요리를 가르치는 것은 어떤가하고 생각 중이다.
해외현장이라 현지의 회계나 법률에 보통을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래서 상시적으로 필요한 것이 현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회계사와 변호사이다. 어찌 보면 금액의 낭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아주 작은 것이라도 실수나 오류가 있으면 후에 큰 화를 당하기 마련이다. 특히 우리와 같은 외국회사들은 당국에서 요주의 관찰대상이 된다. 그래서 내가 익히 알던 회계사와 약속을 했는데 오늘 오후에 숙소 근처로 오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오후에 만나서 이야기를 좀 나누어보아야 하겠다. 변호사도 찾아 보아야겠다. 그런데 자금사정이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회계사와 변호사가 필요하다고 해도 나의 의견이 받아들여질 것 같지 않다.
또 하나의 약속이 오늘 오후에 더 잡혀있다. 가장 급하게 해결해야 할 일 중에 세무서로부터 납세번호를 부여 받는 일이 있다. 주중에 담당세무서를 방문했지만 실망의 연속이었다. 납세번호 발부담당자는 아주 깐깐한 여성이었는데 은행계좌증명서가 없으면 절대 발부할 수 없다는 이야기만 듣고 발길을 돌렸다. 그녀를 만나려고 대기실에서 1시간 30분을 기다렸는데 말이다. 화가 나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게 되었다. 그런데 나중에 들으니 이미 그녀가 다른 사람을 통해서 이 건을 해결하라고 하면서 한 장의 명함을 주었다고 한다. 그 명함의 의미를 즉시 깨달았다. 그 명함의 주인공을 오늘 오후, 숙소근처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만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저녁에는 한국에서 또 한 명의 여성통역원이 입국하기로 되어있다. 현재 세 명이 있으니 이제 4명째가 된다. 앞으로도 1명이 더 예정되어 총 5명의 통역원이 근무예정이다. 많은 듯 보이지만 영어도 한 마디 못하는 15명에 관련된 아주 작은 사적인 일부터 문서번역, 문서작성, 통역, 현장방문까지의 일들을 모두 담당하기에는 한 참 모자라는 인원이다.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