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04
2015년 03월 04일 수요일
지난 주말 지사장님의 소개로 인터뷰를 했던 회계담당직원이 오늘부터 출근을 했다. 우리가 근무하는 본부사무실이 알제(Alger)시에서 멀리 떨어진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 공용버스는 운행하지 않는다. 자기 차량이 없는 인원은 출퇴근이 불가하다. 그래서 이 현지 직원은 우리의 통근버스를 같이 이용하기로 했다. 이제 관리팀 사무실에 나를 포함해서 2명이 근무하게 되었다.
문제리스트를 작성 중 이어서 새로운 직원과 의논을 해보았다. 일단 프로젝트 명의로 된 은행계좌개설의 마무리와 납세번호를 취득하는 것이 회계적인 관점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한다. 은행계좌개설은 이미 BNP Parisbas 은행에서 진행 중인데 알제리 세무서에서 발행한 납세번호를 제출하여야 마무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알제리 세무서에서는 납세번호교부를 위해서 은행의 계좌번호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다. 그래서 가장 시급한 두 가지의 일이 진행되지 못하고 중간에 멈춘 상태란다. 헛웃음이 날 지경이다. 그래서 일단 상황파악을 위해 기존에 은행을 출입하고 있던 지사의 현지직원과 함께 오후에 은행으로 가보았다. 은행의 담당직원은 프랑스 출신의 나이가 많은 여자분이었다. BNP Parisbas가 프랑스 은행이지만 근무자의 대부분은 현지인이다. 나에게 계좌개설에 필요한 서류가 제출되지 않았음을 길게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도착한 자금은 한국에서의 발송자가 정확하게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출금할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 그래서 발송인은 송금증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했더니 이 프로젝트는 컨소시엄으로 구성되어있으므로 송금자도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두 법인이 공동으로 송금하였음이 증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황당한 논리를 펴는지 이해가 어렵고 머리도 어찔하여 일단 밖으로 나왔다. 은행에 관련한 작업들이 상당히 성가실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모로코에서는 은행의 서비스가 굉장히 훌륭하였는데, 이곳은 상상 그 이상이다.
저녁식사는 숙소의 현지 요리사가 현지식으로 준비를 해준다. 50대 후반의 남성인데 운전기사 세 명 중 한 명의 아버지로서 젊은 시절 배를 타면서 주방장의 경력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현지 주방장이 만들어 주는 음식을 기피하는 상황이다. 우리가 숙소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후 5시 30분 즈음인데 그 시간에 맞춰 식탁에 음식을 차려 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음식을 다 먹고 나면 나머지를 치우고 귀가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주방장이 만드는 음식이 모두 현지식이어서 값비싼 재료인 육류나 생선 또는 채소를 이용하여 만들어도 우리 한국인의 입맛을 맞출 수가 없다. 대부분의 음식이 남겨져서 버려지는 낭비가 심하다. 차라리 김치 하나로 밥을 먹는 편이 더 낫다고 이야기한다. 주방장을 교체하자는 제안이 많지만 현재 대안이 없다. 불만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은데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다. 걱정스러운 상황이다.